진화하는 불법 파생계좌 대여, 규제 피해가는 사설업체들
# “일반적인 대여가 아니라 ‘주문 대리인’ 계약을 체결하고 합법적으로 매매하는 겁니다. 증권사 실계좌로 주문 대리인 거래를 하면 기본예탁금, 교육, 모의거래 시간 등 특별한 자격기준 없이도 바로 매매가 가능해요”
불법 계좌 대여 사업이 진화하고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자격이 없는 개인투자자도 선물·옵션 거래에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1일 기자가 직접 불법 계좌 대여를 시도해봤다.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 기법을 다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금융당국의 단속이 무색할 만큼 많은 계좌 대여 거래가 횡행하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의 카페나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안전한 대여’를 제공한다며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불법업체 간 경쟁이 치열했다.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은밀한 방식으로 접근해 왔지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이들과 거래할 수 있는 구조였다.
◆ ‘합법적 선물 계좌 대여’ 등장
그동안 불법 계좌 대여는 주로 업체가 개발한 자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이뤄졌다. 지금도 상당수가 그렇다. 불법업체는 기본 예탁금 1500만원 이상을 납입한 증권사 실계좌를 만들어 둔다. 아예 실계좌 없이 가상계좌를 제시하는 곳도 있지만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계좌 대여를 신청한 투자자에게는 자체 HTS를 설치해 계좌를 개설토록 하고 투자자가 자신의 계좌를 통해 신청한 매매주문을 실계좌와 연동해 실행한다. 투자자는 1계약당 30만~50만원 수준의 위탁증거금과 투자 원금을 넣고 거래를 한다.
대여업체들은 초반에는 투자자가 수익을 내도록 기다리지만, 투자자에게 수익이 많이 나면 HTS를 멈추거나 잠적해 수익금은 물론 투자 원금까지 가로채는 방식으로 피해를 입힌다. 수수료가 자신들의 수익모델인 것처럼 투자자를 유도하지만 열에 아홉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투자원금을 가로챈다.
암시장에서 이미 이 같은 수법은 구닥다리가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일명 ‘먹튀 리스트’가 활성화돼 업체를 공유하고 있다. 먹튀 방지를 위한 행동 수칙도 만들어졌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에게 이를 만회할 수 있도록 돈을 불려주겠다며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불법 계좌 대여 업체들은 업체명과 홈페이지를 바꿔가며 메뚜기처럼 한철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속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지 돈을 떼인 투자자들의 피해 사례는 끊임없이 게시판을 메웠다.
최근 부상한 곳은 ‘합법’을 강조한 한 불법 업체였다. 실제 문의를 해본 결과 이 곳은 적격 투자자 요건을 갖춘 증권사 실계좌를 내놓고 개인투자자들을 중개해 ‘주문 대리인’ 계약을 체결해주고 있었다. 중개업자는 일반 증권사보다 다소 높은 7달러 가량의 수수료를 가져갔다. 기본 예탁금은 실 투자금 100만원 정도를 넣으면 1000만원 가량을 대여해주는 방식이었다.
2014년 도입된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로 개인투자자가 선물·옵션에 투자하려면 각각 3000만원, 5000만원의 증거금이 필요하며 30시간의 온라인 교육과 50시간의 모의거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옵션 투자는 1년간의 선물 투자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주문 대리인 계약을 체결하면 이 같은 까다로운 자격 요건을 피해갈 수 있다.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에서는 주문 대리인의 자격 기준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리인을 지정하기만 하면 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허가 받지 않은 업체가 계좌 대여를 중개해준다는 점에서 해당 업체는 불법이지만, 계좌주와 개인의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주문 대리인 계약을 체결해 매매를 한 것은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암시장으로 향하는 개인투자자, 풍선효과 심화
결국 현행 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얼마든지 ‘자격이 없는 개인’이 선물·옵션 거래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합법적인 시장보다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사기의 위험이 적은 완전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같은 불법 거래를 단속하는 데 금융당국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관련 불법 업체 505곳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통보하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폐쇄, 게시글 삭제 등의 조치를 의뢰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더욱 음성화되고 있고, 피해자 신고를 기반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이 많다.
현행 제도 상 금감원의 감시, 감독 대상이 인허가를 받은 제도권 회사에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활동 반경이 좁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적격투자자 요건에 대해서는 한국거래소가 자율규제 형식으로 지도, 감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금감원이 불법 금융투자중개행위를 감시, 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개인투자자들의 파생시장 참여 요구가 여전히 크지만 제도상 제약이 많다는 점이 지적된다. 적격투자자 제도를 도입한 이래 파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은 계속 늘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은 2003년 55%였으나 지난해 20%대로 줄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법망을 피해 암시장으로 자리를 옮겨온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계좌 대여 암거래가 줄어들기보다 더욱 음성화된 형태로, 또 진화된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는 설명이다.
올해 당국이 적격투자자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꿀 예정이지만, 이미 불법 거래가 고착화된 시장을 합법 시장으로 끌어오기는 어려워보인다. 금융위는 이르면 4월부터 개인투자자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현물자산에 대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헤지거래'로 보고 이 같은 기본예탁금 규정을 면제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의무교육 30시간, 모의거래 50시간 등의 요건은 그대로 적용된다. 옵션 상품 중 손실 위험이 제한적인 '옵션 매수(콜)'에 대해서는 기본예탁금이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아진다. 아울러 코스피200 상품의 거래승수(거래단위)를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낮추는 등 주가지수 파생상품의 선물·옵션 거래 단위를 글로벌 파생상품 수준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불법 거래를 단속하려는 목적으로 규제 장벽을 확 낮춰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고 글로벌 시장의 규제 수준에 맞추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낮춰가는 것이 현명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적격투자자제도 이전의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해 나간다면 이 같은 문제점은 어느정도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변강생각
변강도 파생매매로 먹고 살고 있지만 사실 많은 개인들이 파생매매로 인생이 꼬여 버린 경우가 많다.
이를 증거슴 상향 / 옵션승수제 / 교육 이수 등의 규제로 제한하려 하는 접근이 실제 불법 대여 계좌나
미니업체들의 활성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대여나 미니가 불법이기에 규제를 만들 때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불법 업체들은 돈이 되기에 정말 빠르게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들은 정말이지 천원짜리 한장까지
이들에게 털린다.
이런 아사리 판에서 살아남아 있는 내가 신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