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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파생귀

파생귀 10회



10

 

 


2-3. 파생만사

 

2004년도 12월 연말로 들어서고 있다.  장 교식이 10월 만기에 큰 수익을 거둔 이후 두 번의 옵션 만기가 지나가고 2004년도 막바지로 가고 있었다.  장 교식은 10월 만기에서 1 2천만 원의 큰 수익을 거두었지만 그 수익을 2억 원이 넘는 그의 빚을 갚는데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겨우 카드 현금 서비스 정도만 해결한 상태에서 매일매일 피 말리는 옵션 매매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아 11월 만기에 그는 2,500 여 만원을 어제 12월 만기에서는 1,000 여 만원을 시장에 돌려 주었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장 교식은 경제신문을 펼쳐 들었다.  하지만 경제기사를 보기 보다는 하단의 광고란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2005년도 증시 전망 대 강연회"

"내년도 황금 종목 선취매를 위한 설명회"

"이제는 선물옵션이다" 등등 다양한 증시 관련 설명회 광고들이 즐비하였다.




 

신문 몇 장을 넘기더니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은 듯 만족한 미소를 띠며 장 교식은 수첩을 꺼내 내용을 베끼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선물 옵션 최고수 파생박사 비법 대공개 설명회 

2004 12 11 () 오후 2시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2층 대강당'

 

다음날 토요일...

이제는 격주로 대기업도 토요일에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장 교식은 점심을 먹고 양복 차림으로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탔다.  대방역에서 내린 장 교식은 여의도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12월의 칼 바람이 무척이나 매서웠다.  그 뒤를 따르는 나야 뭐 귀신이 추위를 느끼지는 않지만 보여지는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추위가 느껴졌다.  10여 분을 걷자 사학연금회관이 눈에 들어 온다.  시계를 잠시 쳐다 본 장 교식은 담배를 하나 빼어 물고는 이전보다는 좀 여유 있는 걸음으로 사학연금회관을 향했다.

 

토요일 오후 한산한 다른 여의도 빌딩 들과 달리 사학연금회관 주변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빌딩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또는 장 교식 처럼 혼자 온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장 교식은 담배 피는 무리를 뚫고 바로 빌딩 안으로 들어가 대강당이 있는 2층으로 향했다. 

2층에 올라서자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상당히 크게 들렸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강당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 선물 옵션 매매를 하는 사람들이라 계좌에 돈 좀 들어 있을 터인데 그들의 옷차림이나 행색을 보면 여유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이는 40~50대가 대부분이었고 밝은 표정이기 보다는 뭔가 불안한 표정이고 피곤한 모습이었다.  이런 사람들의 무리를 예전에도 본 적이 있다.  그래..  생전에 한두 번 놀러 간 과천 경마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과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였다.  나와 같은 생각인지 나름 깔끔한 정장 차림에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 축에 드는 장 교식 역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를 쫓아 가려는 순간 한 멋진 여성이 2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 170cm 가까운 키에 쭉 빠진 몸매 그리고 그 몸매에 어울리는 럭셔리한 옷차림 실내인데도 여전히 착용하고 있는 명품 썬글라스

 

일순간에 사람들 눈이 그 쪽을 향했다.  나 같은 귀신도 홀릴 정도의 차림이니 사람들이야 오죽 하겠냐구..

그런데 그 여자 뒤를 사수 파생귀 강 봉식이 나에게 손을 흔들며 따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이 신입이...  당신 계 탔어~~"

 

그러면서 매모지 한 장을 건네 주었다.

 

이름 : 오 정희

나이 : 32

직업 : 관세청 사거리 텐프로 룸싸롱 "파라오" 지분 마담

가족관계 : 싱글 

스폰서 : H 그룹 2세 최 진혁

 

메모지를 읽고 좀 어리벙벙하고 있는 나에게 강 봉식이 크게 웃으며 그의 손을 들어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하이파이브를 하고 나서 강 봉식은 내 손을 잡아 끌고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강연회가 시작 되었나 보다.  대강당은 만석이었고 몇 명은 자리를 못 잡고 계단에 앉아 있기도 했다.  비교적 앞줄에 앉은 장 교식의 모습이 들어 오고 중간 정도에 자리 잡은 오 정희 모습도 눈에 들어 왔다.

 

 


강 봉식과 나는 강연회장 뒤 편에 쭈그리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 신입이 이제 이승 온 지 3개월 되었으니 임무가 하나 더 늘었어.  그런데 추가 된 임무가 완전 대박 이네.  나도 파생귀 생활 3년 차인데 오 정희 같은 저런 스펙은 첨 본다. 너 당분간 눈이 호강하겠구나..."

 

난 얼떨떨 하기만 했다. 저렇게 멋진 여자가 왜 파생매매에 빠졌을까...?  그런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강 봉식이 말을 이었다.

 

"오 정희 스폰서 최 진혁이라는 놈이 나쁜 놈이야. 아주 사악한 놈이지.  오 정희를 자신에게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약을 친 거야.  파생매매가 마약 같아서 한 번 빠져 들면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해.  최 진혁은 오 정희가 파생 매매에 빠지도록 매매도 알려주고 돈도 대주고 오 정희는 파생매매를 통해 성공하면 지긋지긋한 마담 생활도 마감하고 이제는 진절머리 나는 최 진혁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  동상이몽이지...  하지만 결과는 최 진혁이 승이야.  오 정희가 바라는 파생에서의 성공은 절대 잡히지 않는 신기루이지.  덕분에 최 진혁은 이제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오 정희를 잡아 두고 있는 거야.  오 정희가 깡통 나면 돈 천만 원씩 넣어주면서 오 정희를 올가매고 있는 거지."

 

강 봉식의 이야기가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신입이... 내 말을 믿지 않는군...  .. 그거야 오 정희 2~3일 따라 다니면 알게 될 것이고.."

 

강 봉식의 눈치 빠름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닙니다.  형님...  그러니까 이제는 장 교식과 오 정희를 번갈아 관찰해서 보고 드리면 되는 거지요.."

 

강 봉식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오케이 싸인을 보여 주고는 한창 강연회가 진행되는 연단을 가르키며 강연회나 들어 보자고 했다. 

 

연단에서는 어느새 등장한 파생박사 전문가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파워포인트 자료와 HTS 차트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200 여명이 넘는 청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분명 비법 대공개 설명회 인데 비법 소개 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고 이전 만기일에 대박 난 사례와 자신의 회원 중 크게 수익 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 연신 해 댔다.  2시간의 설명회 중 1 부 한 시간을 그런 식으로 때운 파생박사는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비법을 공개한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붙잡아 두고는 10 여분 휴식 시간을 가졌다.

 

10분여 휴식 시간 후 2부가 시작되었다.  파생박사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은 이 비법만 알고 가도 앞으로 파생매매에 있어 어느 누구보다도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등 뜸을 드리다 '파생박사의 옵션 가격마디 매매법" 이라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펼쳤다.

 

그리고는 매일 아침 장이 열리면 바로 콜/풋의 옵션 가격마디가 결정 되어지는데 이를 이용하여 옵션 매매를 하면 얼마나 유용한지 이전 옵션 가격마디와 이전 차트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침을 튀겨가며 그 당위성을 토해냈다.

 

파생박사의 유창한 설명에 참석자들의 눈빛이 바뀌기 시작했다.  거기에 파생박사가 마지막 일침을 가했다.

 

"여러분들이 옵션 매매를 하면서 계속 실패하신 이유는 바로 메저들이 가지고 있는 이 옵션 가격마디를 모르는 상태에서 매매를 했기 때문입니다.  메저들이 아침부터 세팅 해 놓은 옵션 가격 마디를 이 파생박사 역시 장 시작하자마자 산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보세요...  그저께 만기일 차트 한번 보죠.  오전에 풋 112.5 가 당일 마디 가격 0.78 을 찍더니 바로 반등하죠. 그리고 그게 어디까지 갔습니까..  오후 1시 반 정도에 가격 마디를 두 개 넘어서 세 번째 마디가인 3.05 에 고점 만들고 빠지지 않습니까...  자 그때 콜 112.5는 어떻습니까...?  요 마디가격 0.34 찍고 바로 반등 들어가지 않습니까...?  이거예요... 이거...!  파생박사의 이 옵션 가격마디가 얼마나 대단합니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 박수 한 번 쳐 주세요~~"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강당에 퍼졌다.  귀신인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지도 않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강 봉식이 껄껄껄 웃어대며 놀려 댔다.

 

"어이.. 신입이 귀신이 사람을 홀려야지... 귀신이 사람에게 홀려서야 되겠어..."

 

나는 그런 선배의 말에 어깨를 들썩이며 멋적은 표정을 지었다.

 

박수 소리가 잦아지자 한동안 감동한 듯한 제스처를 취하던 파생박사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  이제 이곳에 와 주신 여러분들도 이 파생박사의 옵션 가격마디를 매일 장 시작하자마자 문자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제 유료회원은 월 10만원만 추가 하시면 되고 유료회원이 아니신 분들은 월 20만원을 내시면 이 대단한 무기를 함께 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10만원 20만원..  그거 옵션 가격마디 가격에서 옵션 10개 질르면 10 20틱 으로 바로 본전 찾는 거에요.  하루.. 아니 10분이면 회비 나옵니다. 그 이후에 수익 나는 것은 다 여러분들 겁니다. 이 파생박사가 이것을 공개하면 우리 메저들이 상당히 당황해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파생박사가 누구 편입니까..   저 메저 편 아닙니다.  여러분들 같은 파생 개미 편에 서서 메저들과 한 판 뜰 각오로 이 비법을 공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큰 박수가 강당을 메우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강 봉식이 혼잣말을 했다.

 

"~새끼... 여러 명 몰살시키려 하는군..."

 

강연회가 끝나자 장 교식 오정희를 포함한 꽤 많은 사람들이 접수처에 몰려가서 옵션 가격마디 문자 메세지 서비스를 신청하고 이제는 돈 좀 벌겠구나 하는 만면의 미소를 띠며 돌아 가고 있었다.  접수처 너머로 파생박사와 주최측 관계자가 악수를 하며 크게 웃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나는 서둘러 택시에 올라타는 오 정희를 따라 택시 뒤 좌석에 올라탔다.

 

"청담동 씨티 아파트요.."

 

매일 지하철 이용을 하는 장 교식과 달리 택시를 탄 오 정희 덕에 오랜만에 따뜻하게 올림픽 대로 풍경을 구경하며 청담동으로 갈 수 있었다.

 

아파트 문을 열자 작은 시츄 한 마리가 오 정희를 맞아 주었다.  오 정희 앞에서 재롱을 피던 시츄가 오 정희 뒤를 따라온 나를 발견하고는 으르렁 대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저승에서 배운 데로 엄지와 집게 손가락 을 펼쳐 시츄에게 보여주었다.  시츄가 이내 잠잠해 졌다. 

 


 

오 정희는 그런 시츄를 품에 안고 거실 커텐을 열었다.  한강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 때 오 정희 핸드폰이 울렸다.  오 정희의 표정이 어두워 졌다.  짧게 네 네 두 번 대답하고 전화를 끊은 오 정희는 안방으로 가서 시츄를 침대 위에 내려 놓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30대 초반의 농염한 여체를 잠시 화장대 거울에 비추어 보고는 욕실로 향했다.  그런 오 정희의 모습을 나는 시츄와 함께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휴..  욕실문을 열고 들어가서 구경해야 하나....  귀신도 가끔은 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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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매매 자체는 참으로 쉽습니다.  계좌 열고 마우스만 클릭하면 됩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좋은결과를 이루는 것으로 참으로 어렵습니다.  파생매매로 대박의 꿈을 쫒는 것은 참으로

위험합니다.   변두리강사의 자작소설 "파생귀" 파생매매 위험성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쓰여졌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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