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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파생귀

파생귀 6회








6

 

 

1-9. 꿈을 꾸다

 

주중에는 파생매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마카오 행 그런 생활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6개월 정도 

그런 생활을 했는데도 택환이가 운전하는 5억 계좌는 10억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5천만 원으로 

선물 네이키드 매매를 한 내 계좌는 천만 원이 붙었다 사라지고 하는 정도였다

 

어느 날 처럼 정신 없는 장이 마감되고 나서 택환이가 어디를 함께 가자고 했다. .. 이 녀석이 물 

좋은 곳을 새로이 발굴했나... 시간이 좀 이르기는 했지만 택환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우리가 간 

곳은 포스코 빌딩 옆의 20층 빌딩 13층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여러 개의 화환들이 눈에 들어 왔다그제서야 택환이가 설명을 해 주었다.  

예전에 MBA 같이 했던 녀석이 투자자문회사를 열어서 축하 인사하러 온 것이라고....







깔끔하게 차려진 사무실에는 20~30명의 사람들이 뷔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택환이가 자기 MBA 동문을 소개 시켜 주었다인상이 참 좋아 보였다아니 그냥 슬림하고 잘 

생긴 친구였다내민 명함에는 '에이플러스투자자문 대표 윤 상규' 라고 박혀 있었다. 택환이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스스럼 없이 다가왔다. 그러면서 택환이도 에이플러스로 영입하려고 

했는데 나 때문에 실패했다고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한 눈에도 자신감이 넘쳐나는 윤 대표였다.

 

투자자문회사....

 

다음날 장중에 매매 하면서 중간중간 나는 택환이에게 투자자문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수익을 

내고 배분이 이루어지는지 물어 보았다택환이 녀석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내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다정작 택환이가 고개를 돌린 것은 내가 이렇게 물었을 때 였다.

 

'.. 투자자문사 하나 차리는 데 필요한 게 뭐야...' 

 

은행원 생활을 오래 했지만 나도 눈치는 제법 있다에이플러스 윤대표가 나에게 택환이를 

영입하려고 했다 라는 이야기를 한 것은 내 자산을 택환이를 통해 투자 받고 싶다는 것이었을 

것이다하지만 나는 남이 내 자산을 대신 맡아 굴리면서 투자자문사 대표로 행세하는 것을 

보기는 싫었다그렇다면 그냥 내가 투자자문회사를 하나 차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밤새 

고민한 결과였다.

 

나의 이러한 생각에 택환이는 대 환영이었다. 사실 윤 상규 대표에게 경쟁심도 있었고 그러던 

차에 내가 아예 투자자문회사를 하나 차리자 하니 쌍수를 들고 환영하였다.

 

자본금 5억 원 이상에 운용전문인력 3인 이상....

 

당시 투자자문회사 설립의 요건이었다. 택환이와 내가 힘을 합치면 그리 어려운 도전이 아니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다시 바빠졌다마카오 행도 건너 뛰고 투자자문사 설립의 꿈을 행해 달리기 

시작했다나는 투자자문사의 자본금과 투자 유치 택환이가 운용을 맡기로 하니 나름 각자 

전문성이 있어 일이 술술 진행 되었다.

 

투자 유치를 끌어내기 위해 예전 은행 인맥 작전 인맥 그리고 벤처 인맥 들에게 다시 연락을 하고 

만나고 설득하고...  다행히 내가 작전에 당하고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재기한 소문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다.

 

택환이도 예전 S 증권 인맥을 통해 정예부대를 만들어 놓고 전반적인 운용 전략을 수립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신화 투자자문'

 

에이플러스를 다녀 온지 3개 월 만에 회사 이름도 정해 놓고 투자자문사 설립 인가 신청도 해 놓았다.  

이미 내 돈과 일부 성급한 고객들의 돈 총 70여억 원이 택환이가 구성한 운용팀 4명에 의해 새로이 

마련한 삼성동 사무실에서 운전되고 있었다.

 




일개 은행원이 투자자문사 대표가 된 것이다그 동안 힘들었던 기억도 눈 녹듯 사라지고 앞으로의 

삶에는 더 이상 그런 힘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충분한 날들이었다인생의 

샴페인이 터지고 있었다.

 

 

1-10.  D-1

 

누구나 살다 보면 그 사건이 일어 났을 때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확실히 기억나는 사건을 겪게 된다.

 

여름은 분명 지난 9월이었지만 날씨는 여전히 덥기만 했다주식시장은 7월에 종지기준 500 초반까지 

급히 밀리고 8월 들어서는 어느 정도 반등한 모습이었다내년 2002 월드컵을 앞두고 찬 바람이 불면 

제법 상승할 분위기였다.

 

9월 중으로 투자자문사 인가는 나올 것이라 10월 초에 회사 오픈 파티를 기획하고 있었다. 일주일전에 

장대 양봉을 만든 종지는 4일째 꼬리를 단 양봉 마감 중이었는데 화요일인 오늘은 1.8% 정도 밀린 제법 

긴 음봉 마감을 하였다.

 

오택환이 꾸민 운용팀이 자산 운용을 책임지고 있고 나는 투자유치와 관리에 책임을 맡고 있어 예전에 

하던 선물 네이키드 매매도 손을 놓았다. 하지만 그래도 장중에는 HTS를 켜놓고 심심치 않게 들여다 

보고 있었다.




매일 5시면 택환이는 운용팀 자체 회의를 마치고 나를 불러 팀원들과 함께 그날의 운용실적 및 포지션 

분석을 나에게 보고하여 왔고 그날도 평소와 같이 짤막한 코멘트로 현 상황을 알려주었다.

 

'모레는 9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입니다. 당월물 옵션은 70 이상 콜옵션 매도와 60 이하 풋옵션 매도를 

거의 동일하게 구성하였고 차월물의 경우는 일단 콜 풋 3:7의 비율로 풋을 보다 공격적 매도로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대학 동기이지만 이제 회사 내에서는 서로 깍듯하게 높임말을 서로 쓰고 있었다. 운용 포지션에 대해 특별히 

내가 뭐라 할 말이 없었다지금까지 잘 해주었고 덕분에 7 8월에도 월평균 3% 정도의 운용 수익을 내 

주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 이제 다음달이면 우리 신화 투자자문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도전장을 내 밀게 됩니다. 지금까지도 잘 

해 주셨고 앞으로는 더욱 잘 해 주실 것으로 생각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저녁이나 함께 합시다"

 

 

아직 정식 인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단기간 내에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라 나는 상당히 

고무 되어 있었다그리고 년 말까지 추가적으로 100억 원 정도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저녁을 

먹으면서 운용팀 사기나 올려주고자 했던 것이다.

 

저녁을 먹고 팀원들은 보내고 택환이와 나는 간만에 예전 사무실 인근 카페 "매송"을 찾았다정마담이 

눈을 흘기며 사무실 이전했다고 이리 오랜만에 오냐고 투덜대면서 우리를 맞아주었다사실 정마담과 

기러기 아빠인 나는 종종 한 이불을 덮는 사이로 발전했지만 아직 택환이에게는 비밀이었다.

 

간만에 이전 사무실 근처에서 택환이와 옛날 이야기 좀 하다 정마담과 함께 집으로 가려고 맘을 먹고 나는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정마담도 싫지는 않은 기색이었다.

 

스카치 블루가 반 병 정도 비워질 무렵 택환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응 김과장 잘 들어갔어..."  저녁을 함께 먹고 간 김 주용 과장 전화인가 보다갑자기 택환이 얼굴이 변한다

 

"준섭아.. 정마담 보고 텔레비 좀 켜라고 해라"

 

간만에 택환이가 내 이름을 부른다.  '이 자식이 미쳤나...'

나는 정마담에게 턱으로 텔레비 켜라는 신호를 했다.

 

텔레비가 이상하리 만큼 천천히 켜지는 것 같았는데 켜진 텔레비 화면에는 이전에 보지 못한 광경이 비쳐지고 

있었다원래는 드라마를 해야 하는 10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뉴욕 쌍둥이 빌딩에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택환이는 텔레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그리고는 간신히 한마디 내 뱉었다.

 

"준섭아... 좆 됐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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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매매 자체는 참으로 쉽습니다.  계좌 열고 마우스만 클릭하면 됩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좋은결과를 이루는 것으로 참으로 어렵습니다.  파생매매로 대박의 꿈을 쫒는 것은 참으로

위험합니다.   변두리강사의 자작소설 "파생귀" 파생매매 위험성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쓰여졌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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