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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파생귀

파생귀 1회








프 롤 로 그

 

나는 귀신이다

 

귀신이 된지 어느새 12년이 되어가지만 난 아직도 현실세상에서 주로 생활한다

귀신세계에서 나 같은 귀신을 파생귀라고 부른다

우리 같은 파생귀가 하는 일은 현실세계의 파생꾼들을 이곳으로 데려오는 일이다

 

이곳이 어디냐구구천이라는 곳이지땅속 밑바닥 깊은 밑바닥이지 죽은 넋이 모이는 곳이야.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돈다고 하잖아결국 파생꾼들을 매매 실패하게 만들고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이곳으로 데려오는 것이 우리의 임무야

 

그게 뭔 좋은 일이라고 그걸 하냐구그래도 이게 우리 세계에서는 꽤나 좋은 보직이야

현실세계 구경 실컷 하고 우리가 생전에 즐겼던 파생 시장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쳐다 보기도 하고

 

그래서 파생귀 되려면 시험도 패스해야 해파생귀 고시는 매년 봄 가을 두 번 치러지는데 구천에 

온 첫해 두 번 시험 중에 패스해야지 실패하면 걍 현실세계는 구경도 못하는 노동귀로 전락하지

 

난 그래도 첫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서 이 짓을 하고 있는 거야그리고 요즘에는 파생하다 귀신 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험 경쟁률이 만만치 않아.  10년 전 내가 시험 보았을 때 보다 경쟁률이 일곱 배 

정도 되는 것 같아.

 

우리 파생귀 우두머리는 파생귀장일고 불리는데 지금 내가 모시는 파생귀장님은 현실에서는 여자였어

구천에서 파생귀 보직이 만들어진 이후 최초의 여성 파생귀장이시지파생으로 구천 오신 세 번째 여성이었대.  

나보다 6년 일찍 이곳에 왔는데 파생귀로서 대단한 실적을 올리고 지난해에 파생귀장이 되셨지

실적이 뭐냐고아까 말했잖아.  





우리 임무는 파생꾼들 매매를 실패하게 만들고 이곳으로 오게 만드는 것이라고보통 6개월에 한 명 정도 

데리고 오면 좀 실력 있는 파생귀인데. 지금 파생귀장은 1년에 5명 정도를 데리고 오는 그야말로 전설의 

파생귀 실적을 보여 주었어.

 

놀라운 것은 이 양반은 아직은 내가 성공하지 못한 두 명 동시 작업도 성공하였고 심지어 재작년에는 

외국계 증권사 파생 팀장이었던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제임스 정을 작업 성공해서 파생귀 세계의 한 획을 그었지

최근에는 아예 외국 파생인들을 공략하시겠다고 호언 장담도 하더군근데 그건 좀 힘들 것이야언어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곳에서도 엄연히 구역이 있거든.

 

뉴욕은 고사하고 동경 진출도 쉽지 않아. 해외로 나가서 작업 하려면 따로 라이센스 취득해야 하는데 아직은 

우리나라 파생귀 중 그 라인센스를 취득한 파생귀는 없어하지만 앞으로 13억 중국인들이 파생을 곧 시작할 

터이니 최근 우리 국내 파생귀들도 라이센스 공부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어

 

그런데 난 아직은 그 라인센스에 별 관심이 없어국내 시장에도 얼마나 많은 파생인들이 매일 목숨 걸고 

매매하는데.  6개월에 한 명 정도의 할당량 채우는데 아직은 별 어려움이 없어게다가 최근에는 현실 

파생인들이 예전처럼 국내 장에서만 매매하는 것이 아니고 밤에는 야선이다 유로다 크루드 오일이다 

골드다 아주 난리잖아그러니 우리 파생귀장님 지금이 최고의 호시절이라고 아주 우리를 닦달 해.  

뭐 자기보다 실적 좋은 파생귀가 나타나서 자기를 은퇴 시켜줬으면 한다나

 

파생귀 세계에서 은퇴는 우리의 꿈이야. 은퇴를 하면 우리 파생귀는 남은 구천 생활을 아무일 하지 않고 

즐기기만 하면 되거든. 요즘에는 구천에도 시설이 많이 좋아져서 즐길 일이 많아. 뭐 현실 세계와 비교하면 

20년 정도 뒤지는 삶이기는 하지만

 

최근에서야 좀 잘나가는 귀신들이 핸드폰 하나씩 들고 다니는 정도아직 스마트 폰은 없어하지만 최근 

스티브 잡스가 이곳에 와서 다들 기대는 하고 있지현재 잡스는 이곳의 최고 VVIP





80년 전에 이곳에 온 에디슨 이후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지구천에 현실 세계의 최고 반열의 발명가가 

들어오는 것은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 오거든에디슨이 이곳에 와서 구천도 꽤나 밝아졌어. 예전의 음침한 

분위기가 아니야

 

그런데 에디슨은 이곳에 오자마자 구천을 밝게 하는 전깃불을 밝혀 놓았는데 잡스는 스마트 폰을 바로 

내놓지는 못하고 있어. 좀 기다려야 한데. 자기 친구들 하고 몇몇 경쟁자들이 이곳에 와야 하나 봐.  

그래서인지 요즘 들리는 소문에 잡스는 현실 세계 인터넷 서핑 하면서 시간 보내고 있데며칠 전에는 

자기회사 애플이 삼성과 소송에서 이겼다고 폭음을 했다는군

 

이런 이야기 어찌 잘 아냐구. 이곳에서도 소문과 뉴스는 급속히 퍼져. 이러한 소문과 뉴스에는 구라와 

허풍도 많고조금 안타까운 것은 귀신 세계에서 우리 파생귀에 대한 소문이 안 좋아파생해서 그런지 

구라 허풍쟁이 들이라구.

 

자 여기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파생귀 존재가 아직도 믿겨지지 않지그런데 우리 파생귀는 주로 현실세계에 

파견 근무하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존재야

 

팍스넷이라고 있지. 그곳 게시판에도 초짜 파생귀들이 바글바글 거려처음 파생귀 시험 통과하고 딱히 

뭐 할지 모르니 우선 자기가 생전에 놀던 곳에서 작업을 한다고 하는 거지보통 한 일년 정도 그곳에서 

작업한다고 하는데 별 소득 없어

 

팍스넷 선물옵션 토론실에 수시로 글 올리고 맞춤법 개판인 아이디 있지십중팔구 파생귀야우리는 

자판을 염력으로 쳐야 하는데 초짜 파생귀들은 아직 훈련이 덜 되어서 쉬프트 키하고 스페이스 바 

사용하는데 조금 무리가 있어. 그래서 오타가 많고 띄어 쓰기도 개판인 거야. 이해 해줘그런 글 보면 

그냥 이놈 파생귀 구나 그러고 넘어 가자고.





그리고 2010 11월인가 만기일에 풋 대박 터진 거 있지그것도 못된 파생귀들이 저지른 짓이야.  

실적 달성 못해서 조만간 노동귀로 전락할 위기에 몰린 파생귀 여섯 명이 작업한 거야나중에 뽀록 나서 

이놈들 완전 뭐 되었어단순 가담자인 4명은 노동귀로 전락하고 홍콩 도이치 뱅크까지 가서 작업한 

우두머리 급 두 명은 구역 이탈 및 침해 죄목까지 걸려서 결국 용변귀 (구천에서 용변 날라 치우는 

최하급 귀신)가 되었어.

 

이정도 이야기 했으니 파생귀와 우리들 세계에서 대해서는 대충 이해 했을 것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파생귀 이야기를 시작해 볼께.






 1 장 나의 죽음



나는 2002 11월에 죽었다.  당시 나이 37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으로 들썩이고 나서 나는 스스로 나의 구차한 목숨을 던져버렸다.  

많이도 슬프고 억울했지만 당시 나는 내가 더 살아가야 할 어떤 이유도 없었던 것 같고 살아나갈 

자신감도 없었다.  나중에 귀신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이러한 심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귀신들은 귀신세계에 와서 다른 귀신들 보다 두세 배 강도 높은 심리 치료 교육을 받게 된다

 

그 심리치료의 대부분은 자존감 회복이다.  자기를 존중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오히려 남을 의식하는 

맘이 강해 스스로 별 노력 없이 요행을 바라는 도박이나 주식 나아가서는 파생판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버렸으니 자존감은 바닥인 상태로 죽음을 맞았기에 

어쩌면 당연한 심리 치료 교육인지도 모른다내 경우에는 주당 60시간 54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생전에 나는 큰 어려움 없이 좋은 부모 덕에 유복하게 살았으며 가난과는 상당히 먼 생활을 하였다

대학 때는 야타족 정도의 행동도 하고 다녔다.  왠 만큼 좋은 대학 나오면 교수 추천서 하나만으로도 

대기업 취업이 되는 80년대 말에 나의 첫 직장은 은행이었다.  그러나 은행의 단순업무에 쉽게 질려 

버린 나는 당시 종합지수 1000을 처음 넘는 주식 호황기에 휩쓸려 증권사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당시만해도 HTS는 있지도 않았고 주식시세는 신문이나 증권객장에나 나가서 확인하는 정도이고 주문 

역시 객장에서 전표를 작성하여 제출하거나 증권사에 전화주문이나 하던 시절이었다.  어찌 보면 낭만적인 

시기라 해야 하나 살 떨리고 피 말리는 파생 시장은 있지도 않았으니.

 

그런 상황이다 보니 개인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너무나 제한적이었고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오히려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사람들을 이용한 작전이 난무하던 시절이다.  증권사 내 또는 증권사를 

연계한 작전 세력이 존재하였으며 그런 작전세력에 빌붙어 수익을 기대하는 정도였다.  나 역시 증권사 

친구들이 알려주는 종목 정보에 따라 매매를 하였고 처음 500만원으로 시작한 계좌는 다섯 배 여섯 배로 

늘어났으며 낮에는 단조로운 은행업무에 밤에는 증권사 친구들과 정보 회의한다고 술이나 먹고 다니는 

그런 생활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작전판떼기에서 고등학교 동창 녀석 소식을 듣게 되었어.  ‘조 민 구’ 고등학교 시절부터 

쉬는 시간마다 도리짓고 땡 섰다 판을 벌렸던 이 녀석이 어느새 이 바닥에서 이름깨나 날리고 있었어.  

광화문 백곰 작전 팀 소속이었지.  민구 녀석에게 접근하려고 그 녀석과 친했던 고등학교 동창들을 먼저 

수소문하고 4~6명 정도 동창들을 모아 놓고 이 녀석에게 연락했지.  오랜만에 동창 모임 하니 나와서 

같이 한잔 하자고….

 

나야 이 모임을 만들고 이 녀석을 통해 작전 부스러기라도 챙길 속셈이었기에 조금 공을 들였어.  1차는 

내가 내기로 하고 우리는 종로에 있는 밥집에 모이기로 했어.  당시 종로 안쪽으로 들어가면 방 하나 내주고 

한식상 차림으로 돈을 받고 식사 후 카드를 치건 고스톱을 치건 새벽녘까지 놀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었어.  

이런 곳에서 모여야 밥 먹고 이 녀석 옛날 이야기 하며 화투장이나 카드 돌리며 자연스럽게 화제를 이 녀석이 

하는 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거지






모임날…  그런데 만나서 오랜만이다 인사하면 민구 녀석이 건넨 명함은 평범한 대기업 보험회사 명함이었어.  

그리고 밥 먹는 내내 이 녀석은 야 보험이나 하나 들어줘라 하면서 친구들에게 보험 판매 해야 자기도 먹고 

살 것 아니냐..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등등

 

정말이지 이 놈이 광화문 백곰팀 소속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  이거 오늘 밥값만 날리는 것 아냐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  결국 밥 먹는 내내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만 나누고 상을 물리고 나서는 나는 자연스럽게 

바람을 잡았어.  ‘~~ 오랜만에 도신 조민구의 손맛 구경이나 하자’ 하면서 방 구석에 놓인 화투장을 

들어 올렸어.  다른 친구들 역시 오랜만에 민구 녀석과 함께 게임을 하게 되었다는 것에 흥미를 보였지만 

민구 녀석은 ~~ 왠 화투이제 나 그 딴 거 안 한다그냥 술이나 더 마시자. 2차 가자 2’  나의 작전은 

첨부터 꼬여 가고 있었다결국 우리는 민구 녀석의 의견 데로 강남 행을 선택했고 그렇게 민구 녀석과의 

재회는 별 소득 없이 마무리 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 이후로 그 녀석을 다시 보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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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매매 자체는 참으로 쉽습니다.  계좌 열고 마우스만 클릭하면 됩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좋은결과를 이루는 것으로 참으로 어렵습니다.  파생매매로 대박의 꿈을 쫒는 것은 참으로

위험합니다.   변두리강사의 자작소설 "파생귀" 파생매매 위험성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쓰여졌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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