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파생귀 (11) 썸네일형 리스트형 파생귀 11회 11 회 2-4. 파생지옥 오 정희 아파트에서 3일 째이다. 장은 오전 9시에 시작하지만 오 정희는 10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하는 일이 새벽에 퇴근하는 형태라 개장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어제는 일요일이라 새벽 1시 경 집에 돌아와 바로 잠이 든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것 같다. 나는 밤새 오 정희 잠든 얼굴을 지켜보았다. 170 cm에 가까운 큰 키에 어울리는 이국적인 마스크이지만 왠지 슬퍼 보였다. 사실 그저께 처음 오 정희 집에 오자마자 본의 아니게 오 정희의 알몸도 보게 되었지만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은 아직은 이승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초짜 파생귀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지난 토요일 샤워를 마치고 나온 오 정희는 알몸인 채로 집안을 대충 정리하고 정성스레 .. 파생귀 10회 10 회 2-3. 파생만사 2004년도 12월 연말로 들어서고 있다. 장 교식이 10월 만기에 큰 수익을 거둔 이후 두 번의 옵션 만기가 지나가고 2004년도 막바지로 가고 있었다. 장 교식은 10월 만기에서 1억 2천만 원의 큰 수익을 거두었지만 그 수익을 2억 원이 넘는 그의 빚을 갚는데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겨우 카드 현금 서비스 정도만 해결한 상태에서 매일매일 피 말리는 옵션 매매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아 11월 만기에 그는 2,500 여 만원을 어제 12월 만기에서는 1,000 여 만원을 시장에 돌려 주었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장 교식은 경제신문을 펼쳐 들었다. 하지만 경제기사를 보기 보다는 하단의 광고란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2005년도 증시 전.. 파생귀 9회 9 회 2-2. 잠복근무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서울특별시 장교동에 있는 H 대기업 자금부 이다. 일주일째 나는 한 사내의 뒤를 따라 다니고 있다. 이름 : 장 교식 나이 : 36 직업 : H 기업 자금부 과장 가족관계 : 부인과 1남 1녀 장 교식은 현재 옵션매매에 빠져 있다. 업무 틈틈이 HTS 를 쳐다보며 옵션을 매수하고 매도 한다. 문서 작성을 하다가도 Alt + Tap 키를 수시로 눌러대며 표정이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 이 사람이 내가 파생귀로서 처음 맡은 임무이다. 하지만 뭐 임무라고 할 것도 없다. 일주일 전 강 봉식 사수 파생귀와 이승으로 온 후 강 봉식은 내게 이 사람을 지켜 보라고 지시를 했을 뿐이다. 지켜 보기만 할 뿐 내가 뭐 특별히 해야 할 일은 없다. 이틀에 한번 꼴로 강 봉.. 파생귀 8회 8 회 제 2 장 첫 걸 음 2-1. 파생귀 시험 이승을 떠나 저승에 오면 크게 달라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외적인 것이 아니고 내적인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탐욕이라는 마음이 이곳 저승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탐욕이라는 마음이 사라지면 머리는 항상 맑고 모든 일에 불평불만이 사라진다. 물론 이승 세계에서도 이런 탐욕이라는 마음을 지워버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훌륭한 종교인들이 그들인데 그래서 우리 귀신들은 그들을 가장 힘들어 하고 두려워 한다. 스스로 목숨을 버린 나는 주당 60시간 54주의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을 마친 후 파생귀 시험에 도전했다. 이승에서 파생으로 망하고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이 모두 파생귀 시험에 도전하지는 않는다. 그들 중 절반은 저승에 오면서 정말로 파생에 대한 미.. 파생귀 7회 7 회 1-11. 허무한 인생 눈을 뜬다. 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아침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일어나서 커튼을 살짝 들춰본다. 저녁 노을이다. 오후 5시 반 정도 된 듯 하다. 8개월이 다 되어가는 마카오 생활이지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밖의 풍경이 낯설다. 식탁 위에는 몇 개의 카지노 칩과 국물이 남아있는 일회용 라면 용기가 몇 개 뒹굴고 있다. 언제 면도를 마지막으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틀어 놓은 TV에서는 브라질과 독일의 2002년 월드컵 결승을 재탕 해주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월드컵 4강에 올랐다. 마카오로 도망 나온 신세지만 열심히 응원했다. 그렇게 나는 대한민국을 잊지 않고 있었지만 대한민국에서 나는 이제 슬슬 잊혀진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다시 침대에 몸을 눕힌다. 911 테러.. 파생귀 6회 6 회 1-9. 꿈을 꾸다 주중에는 파생매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마카오 행 그런 생활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6개월 정도 그런 생활을 했는데도 택환이가 운전하는 5억 계좌는 10억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5천만 원으로 선물 네이키드 매매를 한 내 계좌는 천만 원이 붙었다 사라지고 하는 정도였다. 어느 날 처럼 정신 없는 장이 마감되고 나서 택환이가 어디를 함께 가자고 했다. 음.. 이 녀석이 물 좋은 곳을 새로이 발굴했나... 시간이 좀 이르기는 했지만 택환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우리가 간 곳은 포스코 빌딩 옆의 20층 빌딩 13층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여러 개의 화환들이 눈에 들어 왔다. 그제서야 택환이가 설명을 해 주었다. 예전에 MBA 같이 했던 녀석이 투자자문회사를 열어서 축하 인사하러.. 파생귀 5회 5 회 1-7. 악마의 속삭임 어느 날 사무실로 대학 동기인 오 택환이 저녁이나 먹자고 찾아왔다. 택환이는 미국에서 MBA 를 마치고 돌아와 S 증권사 영국지사로 파견 나갔다가 S 증권이 IMF 로 망하는 바람에 다른 증권사에서 투자상담사로 일하고 있었다. 잘 안 풀리고 있는 중이었다. "야~~ 신 갑부 맛있는 거 사주라..."택환이는 대학시절에도 항상 밝고 주위에 친구들이 모이는 성격이었다. 사무실 문을 들어서자 마자 농을 친다. 그날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는 대학시절 이야기만 했다. 친구가 그리 잘 풀리지 않은 것을 알고 있어서 혹시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택환이는 그렇지 않았다. 택환이는 그렇게 일주일에 한두 번 찾아왔다. "신 갑부... 나 왔어.." 그날도 택환이는 사무실 문을 .. 파생귀 4회 4 회 1-5. 인생의 밑바닥에서 기산실업에서 넉 다운이 된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지점장과 나는 몇몇 피해자들과 함께 조민구 일당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사실 찾는다 하여도 법적으로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주식 작전 판떼기에서 피해자들은 손실 보고 피해 본 것으로 그만이다. 법적으로 어떠한 보상을 기대 할 수 없다. 사실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욕심으로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놓고 그 피해를 보상해 달라.... 억울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살아야 했다.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했다. 그제서야 은행이라는 직장이 얼마나 좋은 직장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퇴 신청을 해 버렸고 3개월 이라는 시간으로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었다. 동료들.. 이전 1 2 다음